오늘은 얼마전 직접 겪은 보이스피싱 사례를 공유해서 다른 분들도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다행히 나중에라도 정신차려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까딱했으면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뻔 한걸 생각하니 아찔하네요.
보이스피싱에 노출
이야기는 대략 이렇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여기저기 소액대출을 받다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대출원리금과 부족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점점 더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게 됩니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금리를 낮춰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을 낮추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서 정부지원 대환대출 , 채무통합 대환대출 , 특별 저금리 채무통합 등 여러가지 표현으로 된 사이트를 들어가게 됩니다.
거기에 들어가면 기존에 받았던 고금리대출 금리가 높아서 갚기 힘드니까 저금리로 바꿀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정부지원 대환대출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글을 읽어내려가다 맨 마지막에 있는 대환대출 가능한지 여부라도 알고 싶어 이름과 전화번호 남깁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대출필요하냐고 연락이 오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스팸이라 생각하고 안 받거나 끊어버립니다.
그러던 중 조금 이름이 있는 제2금융권 담당자라고 하면서 연락이 옵니다.
여러건의 스팸성 전화에 지친 나는 하나금융그룹 산하 하나저축은행 담당자라고 하면서 온 전화에 나도 모르게 응대를 합니다.
담당자는 채무통합 대환대출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기대출이 몇 건이나 되냐, 신용카드 쓰는거 있냐, 근로소득자나 개인사업자냐, 직장은 4대보험 가입 직장이냐 기타 등등 대화를 나눈 후에 카톡 친구추가하면 자세한 상품설명서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저금리로 대환대출 가능할거 같다는 말과 어느정도 이름 있는 하나저축은행이라는 타이틀에 나도 모르게 그의 말에 따라 카톡 친구 추가를 합니다. 말투도 조선족 말투처럼 이상하지 않고 실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영업사원 같은 차분한 서울 말투였습니다.
카톡 친구 등록 - 올가미 속으로 한 걸음 더...
잠시후 카톡으로 하나저축은행 영업부 명함이 들어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에 홀렸던거 같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이런 상황이 온다면 꼭 정신 차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처럼 고생합니다. ㅎㅎ
아래는 카톡으로 받은 명함과 대출상품 설명서입니다. 정말 진짜처럼 잘 만들었습니다. ㅎㅎ
하나저축은행은 안 가봤지만 같은 계열사인 하나은행 창구에 갔을때 보았던 명함과 거의 비슷합니다.
상품설명서도 인터넷 은행 사이트에서 보았던것과 거의 유사합니다.
하나금융 로고까지 배경으로 들어가 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가승인 결과 나왔고 생활자금까지 가능하게 나왔다고 합니다.
대환대출로 이자만 낮춰도 감지덕지인데 생활자금까지 가능하다니 여기서 또 한번 혹 하게 됩니다.
그리고는 진행할거면 서류 접수하라고 하고 월요일에 처리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빨리 처리해야한다고 막 독촉했으면 의심을 했었을텐데 느긋하게 진행하는데서 더 안심을 했던거 같습니다.
오히려 내가 더 빨리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스미싱 앱 설치
그렇게 보내달라는 서류를 접수하고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아침.
정식으로 대출신청을 하기위해 하나저축은행 앱을 설치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합니다.
링크를 눌러 앱을 설치하니 실제로 하나금융 로고 아이콘에 <하나원큐 저축은행>이라는 이름의 앱이 깔리네요
안내해 주는 대로 화면에 있는 <비대면신규> 메뉴를 누르니 신청서 작성란이 있어서
아무 의심없이 착실하게 제 정보를 입력했네요 ㅠ.ㅠ
그리고 나서 각종 스팸 전화를 차단하기 위해 전화 앱을 바꿔야 한다고 하네요.
핸드폰 설정에 들어가보니 기본 전화 앱 외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게 <디지털 보안>이라는 앱이 설치되어 있네요
기본 전화 앱을 <디지털 보안>으로 바꾸니 스마트폰이 조금 이상해 지는 느낌이 드네요
아마도 이게 스미싱 앱이었던것 같습니다.
나름 IT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사리 분별이 안되었던거 같네요. -_-;
대출은행 본사 콜센터에서 확인 전화
신규 대출 신청서를 다 작성하면 최종 승인을 위해 콜센터에서 확인전화가 온다고 합니다.
"은행 콜센터에서 전화가 갈거예요. 잘 받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진짜로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것도 하나저축은행 이름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렇습니다. 내가 아까 설치한 앱은 이미 내 핸드폰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눈속임으로 내 전화번호 화면에 은행 전화번호를 띄우고 있는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뒤 최종승인 고지서가 나왔다며 전자서명 전까지 주의사항 꼭 지켜달라고 하네요.
주의사항은 전자서명전까지 다른 은행앱을 설치하면 앱끼리 충돌나서 앱이 삭제되면 승인이 취소될 수 있으니까
절대 다른 은행앱을 설치하거나 하나원큐 저축은행 앱(스미싱 앱)을 종료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기대출 금융사로부터 전화
그런데 얼마 후 기존에 고금리대출을 받았던 카드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옵니다.
고객님은 기존에 저희 대출을 받으실때 1년 6개월간 대환대출을 하지 않겠다는 약정조항이 있었는데 대환대출을 하셨고, 이에 저희는 하나저축은행측에 지급정지 요청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급정지를 풀려면 대환대출을 취소하거나 자기네 대출 잔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24시간내에 처리가 안되면 금융감독원에 "여신금융법위반"으로 고발조취를 취하고 금융거래 정지 등 조치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뒤 늦게 깨달은 거지만 이 사람은 기존 고금리 대출을 해준 금융사 직원이 아닙니다.
대출 담당자와 한 패인 것입니다. 아까 설치한 스미싱 앱이 이 사람이 전화할때 **카드 고객센터라고 뜨게 만들었던거 같습니다.
담당자에 확인전화
이게 뭔 소린가해서 대출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보니 실제로 카드사에서 지급정지 요청이 들어왔다고 확인을 해줍니다.
최종승인나서 이제 전자서명만 하면 마무리되는데 자기가 난처하게 됐다고 가급적 카드사에서 요청하는대로 처리하는게 좋겠다고 조언을 해 줍니다.
그러면서 어차피 승인난 금액이니까 카드사쪽 입금처리되면 자기네가 카드사에 대환하기로 했던 금액까지 나에게 입금해 준다고 하네요.
나중에 이런 사례를 찾아보니 다른 사람은 금융감독원을 사칭한 사람에게서까지 연락이 왔다고 하네요.
어째든 24시간내에 상환안하면 금융제재 당하고 대환대출 취소된다고 하니 급한 마음에 여기저기 돈을 빌려달라고 전화를 합니다.
여차저차해서 금리 높은 카드대출을 받았는데 이번에 금리를 낮출수 있는 상품이 있어서 갈아타려고 한다.
카드사 대출 완납만 하면 은행에서 그 금액까지 다 나오니까 나오는대로 바로 돌려주겠다.
뭐 대충 이런식으로 설득을 하는데 워낙 목돈인데다 당장 24시간내에 받아야 하다보니 구하는게 쉽지가 않았네요.
오전 11시경 카드사에서 연락을 받고 돈 구한다고 점심도 못 먹어가며 여기저기 전화를 한 덕분에 오후 3시가 다 되어 마련이 됐네요.
그렇게 카드사에 출금해가라고 전화를 하니 금감원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은행마감시간 다 되어 다음날 아침일찍 처리하겠다고 하네요.
하나저축은행 담당자(사기)에게 돈 구했다고 하니 자기도 승인부서에 승인취소 보류를 해 놓겠다고 하면서 카드사와 잘 해결하고 연락을 달라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아까 얘기한 주의사항 꼭 지켜달라고 누누히 당부를 하네요.
정신을 차리다. -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점검
그리고서 약간의 시간이 흘러 돈을 마련했다는 안도감으로 인해서인지
아니면 혹시나 지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에서인지 처음부터 다시 확인을 해 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우선,
설치된 하나원큐 저축은행 앱을 다시 열어서 신청서 작성 메뉴외에 다른 메뉴를 눌러보니 동작하는 메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앱이 잘 못 깔렸나 싶어서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하나저축은행 앱을 검색해서 다시 설치를 하니 기존에 깔려있던 앱을 악성 앱으로 인식을 하면서 삭제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네요.
하지만 이거를 삭제하면 대환대출을 못 받는다는 담당자 얘기가 생각나 삭제를 잠시 보류 했네요.
그리고선 PC에서 하나저축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대환대출 상품을 검색해 보니 내가 받기위해 신청한 대출상품이 없네요. 이상하다 싶어서 담당자에게 확인해 보니 이 상품은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 상품이라 아직 홈페이지에는 업데이트 안됐다고 하면서 주의사항을 꼭 지켜달라고 다시 당부를 하네요.
혹시나 싶어서 다른 사람 핸드폰을 빌려서 하나저축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보는데 오후 5시가 넘어서인지 아무리해도 전화 연결이 안되네요.
이제 제 정신이 들어와서인지 인터넷으로 나와 같은 사례가 있는지 폭풍 검색을 해 봤지만
하나저축은행을 빙지한 보이스피싱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요.
한시간 정도 검색을 한 결과 하나저축은행 사례는 아니지만 금융사를 빙자해서 진행하는 나와 같은 사례를 발견했네요.
사례를 읽으면서 내가 겪은 일을 돌이켜보니 헛점이 하나둘 보이네요.
우선은 급한대로 사기 담당자가 주의사항으로 다른 은행 앱 설치하지 말라고 했던거를 반대로 삭제된 은행 앱들을 다시 설치했습니다.
그랬더니 사기담당자가 설치해준 <하나원큐 저축은행> 가짜 앱과 <디지털 보안> 가짜 전화 앱이 악성 코드로 인식되어 삭제가 되었네요.
그래도 혹시 몰라 인터넷 연결을 모두 끊고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후 스마트폰을 아예 꺼 버렸네요.
기사 회생
다음날 아침 일찍 역삼동에 있는 하나저축은행 본사 영업부를 찾아가서 김상호라는 담당자가 있는지 확인을 해 보니 없다고 하네요. 마찬가지로 그런 상품도 없구요.
자기네는 그런식으로 전화로 대출상품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아차 싶어서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은행으로 달려가 은행과 관련된 모든 비밀번호, 인증서를 폐기하고 다시 발급받았네요.
그리고 지인들에게 빌렸던 돈들은 다시 이체를 시켜 줬네요.
돌아오는 길에 112에 전화해서 보이스피싱 받았다고 신고를 하고 사기 담당자와 연락온 전화번호을 넘겨 줬네요.
이렇게 큰 피해를 보지 않고 마무리 되긴 했지만 다시 돌이켜보면 아찔한 순간이었네요.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도 피해 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창피하지만 제가 직접 겪은 상황을 공유하니
참조하시어 피해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채무통합 대환대출 사기 초반에 막자.
앱 설치를 하라고 하면 무조건 사기입니다.
그 순간 내 핸드폰으로 어느곳에 전화를 걸어도 다 통제당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휴대폰으로 금감원이든 대출회사든 확인을 해야합니다.
채무통합 대환대출 이라는 대출은 고금리대출자 분들에게는 좋은 대출이죠.
기대출들을 정리하고 대출이자를 줄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고금리대출자들의 이런 심리를 악용해서 대출사기를 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걸려온 전화나 문자로 온 출처없는 대출은 받지 마시고 뭘 설치를 하라고 하면 바로 차단 해버리시길 바랍니다.
합법적인 금융기관에서는 전화 응대는 해 주지만 먼저 전화해서 대출권유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먼저 전화가 와서 대출권유를 하는 것은 대부분 불법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보이스피싱 대응 방법, 명의도용 피해 예방법,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